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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영화/Film Review 영화 리뷰

수상한 그녀-심은경이 외치는 유쾌한 비바 할매가 반갑다

by 조각창 2014.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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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죽음이 더욱 가까워진 누군가가 어느 날 갑자기 가장 화려했던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상상을 해봤을 법한 상상이기도 할 것입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청춘으로 돌아간 오말순 여사의 오두리의 인생은 그래서 흥미롭기만 합니다.(이하 스포일러 포함)

 

조금은 부족해도 충분히 흥미로웠던 비바 할매 이야기

 

 

 

 

할배들의 배낭여행을 담은 <꽃보다 할배>는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노년의 삶이 점점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할배들의 배낭여행은 자연스러운 결과였습니다. 실버시대라는 단어가 나온 지 10년을 훌쩍 넘겼지만 여전히 실버시대에 대한 정겨움이 없는 상황에서 <수상한 그녀>의 비바 할배는 그래서 더욱 애절하면서도 즐거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들 자랑이 모든 것인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은 대학교수인 아들이 모든 것이었습니다. 말순의 아들 사랑이 커지면 커질수록 며느리인 애자(황정민)의 고통은 더욱 커지기만 합니다. 항상 아들이자 남편인 반현철(성동일)만 감싸는 시어머니 말순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극심한 애자는 병이 들었습니다. 큰 딸인 하나(김슬기)는 집에서 놀고 있고, 아들인 지하(진영)는 이상한 음악이나 한다고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희망이 없는 애자의 병이 커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시월드로 병을 얻은 애자로 인해 노인전문가인 현철은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이라 생각하는 어머니와 부인 사이에서 뭔가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선택의 순간 그들은 엄마를 위해 말순을 요양원으로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노인전문가인 교수 아들을 자랑하고 살았던 말순이 요양원으로 가게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뿐입니다. 평생을 아들 하나를 믿고 살았던 자신의 인생이 허망하게 다가오던 그때 말순은 한 사진관으로 향합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 오드리 헵번의 사진을 보고 들어선 그곳에서 영정 사진을 찍고 나온 말순은 놀라고 맙니다. 자신이 칠순을 넘긴 말순이 아닌, 20대 모습으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스스로 바라본 자신은 분명 20대 가장 아름다웠던 말순의 모습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가장 화려했던 20살 말순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 역시 자신을 70을 넘긴 요양원에 가야 할 할매가 아닌 20살 오드리(심은경)로 봐준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오드리가 된 말순은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현재의 자신의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요양원으로 향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바로 박씨(박인환)의 집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떵떵거리던 집안의 딸로 행복한 삶을 살았던 말순의 집을 살기 위해 찾았던 박씨였습니다. 말순을 아가씨라 부르며 짝사랑했던 박씨는 그렇게 평생을 그녀 곁에서 살아가고 있는 남자였습니다. 

 

오갈 데 없는 처량한 신세가 되어버린 오드리가 된 말순의 그 집에서 20살 오드리의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좋아서 했던 결혼은 남편이 독일 광부로 떠나고 난 후 죽고 나서 지독한 현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남겨진 아들을 키우기 위해 지독할 정도로 힘든 시간들을 보내야 했던 말순에게 자신의 삶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아들을 살리고 바르게 키우기 위해 그 어떤 짓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던 말순에게는 오직 아들을 위한 삶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주어진 삶을 살게 된 오드리는 행복했습니다.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청춘을 얻게 된 오드리는 할매 시절 2만 원 짜리 신발 하나 사지 못하고 살았던 자신과 달리,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삶을 살며 행복해 했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노래를 잘했던 오드리는 그렇게 마음껏 노래를 하면서 새로운 행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음악을 찾던 한승우(이진욱)의 눈에 띄어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된 오드리와 손자 지하의 밴드는 자신만의 음악으로 대중들 앞에 나섭니다.

 

영화는 장자의 '호접지몽'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한 여름 밤의 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장 절박한 순간 손을 잡아준 신가한 현상 속에서 다시 젊음을 되찾은 한 여인이 못다 이룬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사실은 흥미롭기만 합니다. 짧게 끝나버린 사랑에 대한 아쉬움은 멋진 훈남 피디와의 새로운 사랑으로 보상 받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이룬 듯한 그 순간 그녀에게는 다시 한 번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이 주어집니다.

 

손자가 사고를 당하고 급하게 수혈을 해야 하는데 가족 중 유일하게 혈액형이 같은 말순만이 급하게 수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수혈을 하게 되면 젊음을 빼앗기고 다시 칠순 할매 말순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그녀의 선택은 확고했습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던 그녀가 꿈꾸는 삶은 아들과 손주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믿을 수 없었던 아들은 오드리의 모습과 젊은 시절 자신의 어머니가 판박이처럼 닮았음을 사진을 보고 확인하게 됩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이지만 자신의 딸보다 어린 나이의 어머니를 보며 아들 현철은 그녀에게 모든 것을 잊고 자신의 삶을 살라고 애원합니다. 더는 자식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말고 오직 자신을 위한 삶을 살라는 아들의 애원 속에서 그녀의 선택은 하나였습니다. 과거나 현재나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가족들을 위한 사랑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영화는 단순합니다. 만약 할머니가 20대 청춘으로 돌아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졌습니다. <도가니>를 만들었던 황동혁 감독이 그 영화보다는 전작인 <마이 파더>의 새로운 버전의 유쾌한 <마이 머더>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던 황 감독은 이번에는 어머니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어갔습니다. 비록 영화적 완성도가 아쉽기는 하지만 그런 아쉬움마저 삼킬 정도로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흥미로웠습니다.

 

<수상한 그녀>는 황 감독의 아버지에 이은 어머니를 그리는 특별한 오마주와 같은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일등공신은 바로 오드리를 완벽하게 연기한 심은경의 몫이었습니다. 만 19살인 그녀가 보인 칠순 할매의 연기를 맛깔나게 보여준 그녀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20살이 된 그녀가 보여준 농익은 연기는 그녀의 연기자로서의 삶을 더욱 기대하게 합니다. 단순하지만 그 안에 가족의 행복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흥미롭게 유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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