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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영화/Film Review 영화 리뷰

화이-천재 장준환을 집어 삼킨 여진구 괴물의 탄생이 반갑다

by 조각창 2013.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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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영화 <지구를 지켜라> 한 편으로 천재라고 불리던 감독 장준환. 그가 여진구라는 괴물과 함께 <화이>라는 작품으로 복귀했습니다. 왜 이렇게 재능이 뛰어난 감독이 그동안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었는지가 아쉬울 정도로 이 작품은 탁월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여진구라는 괴물을 만들어낸 천재 장준환의 복귀가 반갑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놀랍도록 탁월하고 흥미로웠던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천재 감독의 등장을 알린 작품이었습니다. 독특한 감성과 상상력이 가득했던 이 작품은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찬사를 받은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흥행 실패는 결국 천재 감독이라 불리던 장준환 감독에게 깊은 침묵을 강요하게 했습니다.

 

 

긴 침묵 속에 있던 장준환 감독은 화려하게 부활을 알렸습니다. 잔인한 폭력과 강렬함이 가득한 이 작품 속에서도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보여주었던 감각이 여전히 살아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습니다. 왜 장준환 감독이 그동안 연출을 할 수 없었는지가 의아할 정도로 <화이>는 감각적이면서도 탐미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김윤석, 조진웅, 장현성, 김성균, 임지은, 박용우, 이경영, 문성근, 유연석, 남지현에 이어 여진구까지 하나로 모으기도 쉽지 않을 대단한 배우들이 <화이>라는 작품에 모두 출연한다는 사실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한때 <도둑들>의 무더기 출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연기력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화이>가 훨씬 다양하고 탄탄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주는 매력은 대단했습니다.

 

어린 아이가 납치당하고 몸값을 받으려는 납치범들의 모습으로 시작한 <화이>는 우리 사회의 괴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마음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괴물을 다스리지 않으면 누구나 그 괴물의 노예가 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납치 대가로 받으려던 돈은 지하철에 타고 있던 형사들로 인해 무산되고 맙니다. 낯 도깨비로 불리는 이들의 범죄 행각은 형사들에게는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존재감이었습니다. 지하철에서 돈을 포기하고 사제 총으로 형사들까지 죽이고 유유히 현장을 벗어나는 그들에게는 두려움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인질을 구하려던 형사 정민(김영민)은 그들이 모두 한 패라는 사실을 아는 동시에 칼을 맞고 철로에 쓰러지고 맙니다.

 

 

인질로 잡힌 아이를 죽이려는 범수(박혜준)을 막아서는 조금은 모자란 기태(조진웅)와 강렬한 카리스마로 조직의 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석태(김윤석)은 묘한 긴장감을 유발시킵니다. 조직의 두뇌 역할을 하는 진성(장현성)과 냉철한 칼잡이 동범(김성균)과 그들과 사는 유일한 여성인 영주(임지은)는 이런 상황 자체가 두렵기만 합니다. 쇠사슬에 다리를 묶여 가사 일을 하는 영주가 바라보는 이들은 괴물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범죄 조직단체로 수많은 사건들을 벌인 이들 중에는 어느 사이 학생이 하나 끼게 되었습니다. 물론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교복을 입는 것이 좋은 화이(여진구)는 자연스럽게 아빠들에게 배운 능력을 사용해 그들의 범죄에 가담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들에게 다양한 기술을 배운 화이는 다섯 명의 아빠를 둔 아이였습니다.

 

열쇠를 따는 역할을 하는 화이는 사격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는 존재였습니다. 영특해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배우는 화이는 당연하게도 이들에게는 귀한 아들이었습니다. 화이는 교복을 입고 집으로 향하며 유경(남지현)과 마주합니다. 고장 난 자전거를 고쳐달라는 유경으로 인해 시작된 그들의 인연은 결국 그 기묘한 상황을 깨트리는 계기로 작용합니다.

 

재개발 지역에 알박이처럼 갇혀 나가지 않는 임형택(이경영) 부부를 몰아내기 위해 그들이 선택되었습니다. 인천에서 부동산 개발로 엄청난 재력을 쌓은 전회장(문성근)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었던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작전을 세워 그 집으로 들어섭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지독한 운명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납치당한 아이가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 어떤 고난에서도 버티고 있었던 집을 쳐들어가는 낯 도깨비들은 그렇게 완벽한 괴물을 꿈꾸었습니다.

 

 

화이가 더 성장하기 전에 외국에 보내 공부를 시키려는 진성과 달리, 화이를 자신의 곁에 두고 자신과 같은 존재로 만들려는 석태 사이의 긴장감은 임형택 사건으로 이어집니다. 재개발 지역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온갖 공격에도 물러서지 않고 그 집을 지키고 있는 임형택을 물러서게 하기 위해서는 이들이 절실했습니다.

 

거부해도 되는 일을 선뜻 응한 석태는 화이를 앞세워 그 집으로 들어섭니다. 문을 여는 역할을 한 화이는 비 오는 날 경찰에 의해 모든 것이 어긋날 수도 있었지만, 운이 좋게도 집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교복을 입은 학생이라는 장점을 활용한 침입은 순조롭게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임형택이 교회를 간 사이 몸이 아픈 부인이 집에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문제였습니다. 

 

숨어 있던 부인 선자(서영화)는 자신의 아들이지만 그때는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화이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숨겨주는 화이는 어쩌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어머니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여전히 괴물이 될 수 없었던 본능이 그를 악에서 보호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화이의 이런 행동은 결국 임형택이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화이로 인해 집 밖으로 도망친 선자와 이런 상황들을 보고 분노한 석태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맙니다. 형택을 폭행하던 석태와 일행은 화이에게 충을 건네며 죽이라고 지시합니다.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는 화이에게 이 상황은 당혹스러웠습니다. 이미 한 차례 실수를 했던 화이는 이번에는 집주인의 부인이 도망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죄책감까지 가지게 되었습니다.  

 

더는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석태의 압박에 견디지 못한 화이는 총을 쏘게 됩니다. 하지만 멧돼지가 아닌 사람을 쏘는 일은 결코 쉬울 수 없었고, 이런 상황에 형택은 화이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들에게 이야기하지도 못한 채 괴물에 쫓겨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아들의 총에 맞아 숨지고 맙니다.

 

어린 시절부터 거대한 괴물에게 쫓기며 살아왔던 화이는 이 첫 살인을 시작으로 조금씩 괴물과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괴물에게 쫓겨 살던 아이가 살인을 저지르고 그 괴물마저 물리친 상황에서 그는 진정한 괴물들과 맞서게 됩니다.

 

영화는 하드보일드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사제 총을 만들어 범죄 행각을 벌이는 같은 고아원 출신의 범죄자들과 납치를 한 후 죽이지 않고 키운 아이 화이의 이야기를 밀도 높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화이의 아버지인 임형택과는 고아원 시절부터 잘 아는 관계였지만, 너무 다른 차이로 인해 괴물은 석태를 괴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모든 것을 가지고 마음까지 착했던 형택은 힘겨워하는 석태에게 괴물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하지만 그런 방법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된 석태는 형택이 좋아했던 영주를 성폭행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온 형택의 다리를 못 쓰게 만들어 버립니다. 스스로 괴물과 타협하고 괴물이 되어버린 석태는 더는 괴물이 자신을 위협하지 않았습니다.

 

괴물이 된 석태에게 마지막까지 용서로 일관했던 형택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석태는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형택의 아들을 납치하고 돈을 받지 못했음에도 죽이지 않고 키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란 아이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도록 강요했습니다. 이런 행동으로 자신과는 너무나 달랐던 형택을 증오하고 그의 아들을 자신과 같은 괴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만족해하는 석태는 구제불능의 괴물 그 자체였습니다.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괴물이 되지도 않습니다. 괴물과 선의 대결 속에서 괴물대 괴물이라는 대결 구도는 그래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잔인할 정도로 조금의 정도 느낄 수 없는 결과를 도출해가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괴물을 집어 삼킨 화이가 선택한 마지막은 그래서 더욱 깊고 무겁게 다가옵니다.

 

장준환 감독은 과거 <지구를 지켜라>에서 보여주었던 재기발랄함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화이>를 통해 증명해냈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보다 성숙해졌고, 사회에 대한 증오는 더욱 커져있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장 감독의 복귀를 완벽하게 만든 것은 베테랑 김윤석이 아닌 만 16살 여진구였습니다.

 

여진구가 보여준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캐릭터는 <아저씨>에서 신드롬을 일으켰던 원빈의 강렬한 카리스마와는 달랐지만, 밀리지 않는 힘이 존재해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납치를 당해 범인들에 의해 키워진 아이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격정적으로 보여준 여진구는 천재 감독마저 집어삼킨 진정한 괴물이었습니다.

 

여진구가 과연 어떤 연기자로 성장할지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준 여진구의 모습은 당대 최고의 배우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이야기를 긴장감 넘치게 마지막까지 끌고 간 감독과 배우들의 조화가 완벽했던 <화이>는 그래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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