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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영화/Film Review 영화 리뷰

퍼시픽 림-길예르모 델 토로의 키덜트 감성과 일본 괴수 영화 동경이 만든 결과

by 조각창 2013.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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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으로 기대감이 컸던 <퍼시픽 림>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기대와는 달리 성숙하지 못한 아이를 위한 작품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길예르모의 상상력은 급격한 퇴화를 거듭하는 듯만 했습니다. 일본 괴수 영화 마니아가 키덜트 감성으로 만든 평범한 할리우드 SF 영화는 1998년 <고질라>보다 못한 결과물로 나왔습니다.

 

길예르모만의 개인적 취향을 위한 값비싼 유희 

 

 

 

 

 

일본 괴수영화의 역사는 상당합니다. 고질라 시리즈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영화들이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저 과거의 사례만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으로 일본에서는 그들이 사랑하는 괴수 영화들이 꾸준하게 제작되고 환영받고 있습니다.

 

 

거대한 로봇이 등장해 외계 괴물에 맞서 싸운다는 설정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하고 폭력적인 괴물의 등장으로 세계 곳곳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인간들은 괴물에 맞서 싸우기 위해 거대한 로봇을 제작합니다.

 

괴수와 로봇의 대결이라는 익숙한 방식이 색다를 수는 없었습니다. 지구를 위기로 몰아넣으려는 외계인과 그들에 맞서 싸우는 지구인들의 대결이라는 익숙함과 거대 로봇에 인간이 타고 조종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호기심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로봇에 인간이 탑승해서 나쁜 자들을 물리친다는 설정은 너무나 익숙하게 봐왔던 추억이었습니다. 만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 장면들을 그럴 듯한 모습으로 접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퍼시픽 림>은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너무나 단순하다는 점에서 설명이 길어지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주인공인 롤리(찰리 헌냄)는 외계괴물 카이주에 맞서 싸우는 예거 조종사였습니다. 형과 함께 카이주에 맞서 싸우던 과거의 롤리는 철없는 어린아이와 다름 없었습니다.

 

실력은 뛰어났지만 철없던 그는 카이주에 의해 죽임을 당한 형으로 인해 그는 예거 조종사의 길을 그만둡니다. 야인처럼 살아가던 그를 다시 발굴한 이는 전설적인 예거 조종사이자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스탁커(이드리스 엘바)였습니다.

 

예거를 폐지하고 거대한 성벽을 세워 도시를 지키겠다는 정치인들로 인해 더는 로봇을 운용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스탁커는 남겨진 로봇을 통해 레지스탕스처럼 카이주에 대결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과거 예거를 조종했던 롤리는 중요하고 절실했습니다. 카이주는 점점 거대하고 강력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정된 로봇을 운영하는 그에게 롤리는 꼭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그렇게 레지스탕스의 일원이 된 롤리는 마코(키쿠치 린코)와 함께 로봇에 탑승하며 카이주에 맞서게 됩니다. 스탁커와 마코는 이 모든 고통을 함께 한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도쿄에 나타난 카이주에 모든 것을 빼앗긴 마코를 구해준 이는 바로 스탁커였습니다. 그리고 스탁커는 혼자가 된 마코를 친 자식처럼 키웠습니다. 언제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예거 조종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도 해왔습니다.

 

몇 대 남지 않은 예거와 그곳에 탑승하는 조종사들의 활약과 캐릭터들이 충돌하면서 카이주에 맞서서 싸우는 내용이 이 영화의 모든 것입니다. 괴짜 과학자가 카이주의 뇌와 결합을 시도하고 그곳에서 얻은 지식을 통해 카이주를 무찌른다는 방식은 식상했습니다.

 

이야기의 틀은 색다를 것이 전혀 없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영웅이 존재하고 그런 영웅이 지구를 지킨다는 평범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단순한 선과 악의 구도는 식상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더욱 이야기의 빈약함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었고, 그나마 거대함으로 승부한 로봇의 모습은 자꾸 볼 수록 익숙해지며 호기심도 약해지는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퍼시픽 림>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현재의 기술력으로 보여주지 못할 것이 없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기술력이라면 만화에서나 표현 가능한 모습들이 이제는 실사 영화로도 적나라하게 보여질 수 있음을 증명해주었습니다.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수많은 에니메이션들이 이제 실사 영화로 등장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 영화가 보여주었다는 것은 분명해보였습니다.

 

길예르모 델 토로의 신작이라는 사실과 거대 로봇이 웅장함으로 다가온다는 사실만으로도 <퍼시픽 림>은 기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은 최악이었습니다. 거대한 로봇에 대한 관심과 재미는 흥미로웠지만 빈약한 줄거리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냈고, 결국 비주얼만 존재하는 한심한 영화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초등학생들이 봐도 하품이 나올 정도로 단순한 이야기는 명쾌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럴 듯한 설정들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그 이상도 아닌 그저 가식을 위한 가식의 기운만 느껴지는 이야기 속에서는 그 어떤 것도 들여다보기 힘들게 했습니다.

 

델 토로의 키덜트 감성에 일본 괴수 영화의 동경이 만들어낸 <퍼시픽 림>은 <고질라>보다 더욱 식상하고 재미없는 영화였습니다. 1998년 <고질라>가 등장했을 때와 유사한 관심을 받았던 <퍼시픽 림>은 결과적으로 당시와 비슷한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15년이 지나 고질라과 외계괴물 카이주가 되고 이에 맞서는 인간들이 거대 로봇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다를 뿐 발전하지 못한 이야기의 한계는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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