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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영화/Film Review 영화 리뷰

무서운 이야기2-고경표 표정연기가 압권인 탈출 한국 공포영화의 희망을 보였다

by 조각창 2013.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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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라는 장르는 무척이나 매력적입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과 다양한 장르에 대한 실험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선호하기도 합니다. 물론 B급에 머물며 형식을 위한 형식에 머물 수밖에 없는 한계도 존재하다는 점에서 위험 요소 역시 상당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서운 이야기2>는 이 모든 것이 공존했던 영화였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고경표라는 특별한 존재감과 정범식 감독의 재기어림이 흥미롭다

 

 

 

 

옴니버스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국내에서 공포 영화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한때 공포영화 붐이 일며 다양한 공포 영화들이 여름만 되면 쏟아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호시절은 너무 짧았고, 사라진 한국형 공포 영화 속에서 <무서운 이야기2>는 반가웠습니다.

 

 

<무서운 이야기2>는 총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 골격을 갖추고 있는 민규동 감독의 <444>를 중심으로 김성호 감독의 <절벽>, 김휘 감독의 <사고>, 정범식 감독의 <탈출>이 모여 하나의 완성작품으로 구축된 이 작품은 감독 개개인의 특징들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습니다.

 

보험사 직원인 박 부장(박성웅)과 신기한 능력을 가진 신입사원 세영(이세영)이 지하 창고에서 이상한 사건들을 들여다보며 시작합니다. 영화의 시작은 CCTV 속에 담긴 박 부장의 놀라는 모습과 검은 형체가 화면 가득 채우는 공포로 분위기를 압도해 나갔습니다.

 

죽은 자들과 소통하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세영을 통해 자신이 이해하기 힘든 사건 파일들을 점검해주기를 바라는 박 부장에게 가장 먼저 들어온 사건은 두 남자가 절벽에 갇힌 사건이었습니다. 친구인 두 남자가 등산을 갔다 멋진 배경을 두고 사진을 찍던 그들은 그만 절벽 밑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다행스럽게도 바로 밑에 작은 둔덕 같은 공간이 있어 생명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와서 갑자기 고립되어버린 동욱(성준)과 성균(이수혁)은 휴대폰도 없이 누군가가 자신들을 구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동욱이 챙겨왔던 초코바가 유일했습니다. 배고픔을 참고도 며칠을 버티던 그들은 그 초코바 하나를 둘러싼 오해와 갈등이 생기며 있어서는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맙니다. 성균이 잠든 틈을 타서 몰래 초코바를 먹던 동욱은 이를 감추기 위해 꼼수를 부리다 사건은 더욱 커지고 맙니다.

 

 

작은 불씨가 크게 발화되며 친구의 죽음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런 상황을 감추기 위한 살아난 친구의 거짓말은 점점 더 큰 문제로 커지고 맙니다.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했던 만 원짜리에 적은 구조 신호는 친구의 저주라도 걸린 듯 그를 지독한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맙니다. 

 

조난된 상황을 통해 인간의 심리 묘사를 다룬 <절벽>은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두 남자가 한정된 공간 속에 갇힌 채 심리적인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흥미로운 소재를 평이하게 보이게 했다는 사실은 아쉽습니다. 한정된 공간에 고립된 두 남자가 초코바 하나를 두고 벌이는(물론 그 이면에 담긴 보다 큰 문제가 존재하지만)상황들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도 있었지만, 밀도 면에서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인 여행 괴담을 담은 <사고> 역시 <절벽>가 유사한 아쉬움은 담고 있었습니다. 임용고시 시험에서 탈락한 지은(백진희)과 미라(김슬기), 그리고 선주(정인선)은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시험을 망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신 그들은 음주운전으로 다시 술을 사가지고 펜션으로 가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욱하는 심정으로 음주운전을 하던 그들은 필연적인 사고를 당한 채 숲을 헤매게 됩니다. 다리를 크게 다친 선주를 부축하며 펜션으로 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도로에 있던 SOS 박스를 통해 구조 신호를 보내려고 했지만, 그곳에는 비상전화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펜션과 반대 방향에 있던 그곳으로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던 그들에게는 허망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숲 속에서 보이는 불빛을 본 세 친구들은 펜션보다는 가까운 그곳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어떤 곳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다리를 다친 친구를 위해서는 이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다행스럽게 인자한 얼굴의 할아버지가 반겨주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한 그들은 의외의 상황에 당황하고 맙니다.

 

<사고>는 최악의 사고 후 이승과 저승 사이를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는 합니다. 하지만 소재가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듯하면서, 형식에 치우친 실험은 아쉬운 실험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세 여성이 사고 후 경험하는 상황을 충분히 예측 가능하도록 만드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웠습니다.

 

두 편의 작품이 생각보다 아쉬웠지만 마지막 작품인 <탈출>은 관객들에게 웃음과 재미를 모두 담아내며 환호하게 만들었습니다. <SNL 코리아>와 <이웃집 꽃미남>에 출연하며 큰 관심을 받았던 고경표가 찌질한 교생으로 나선 이 작품은 옴니버스 공포 영화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해왔던 교생 병신(고경표)는 실습 첫 날부터 망신을 당하고 맙니다. 여고생들에게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학교를 왔지만, 여고생들의 기운에 눌려 주눅 든 그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여고생들의 집단 표적이 되고 맙니다. 교생 첫 날부터 굴욕적인 상황에 차라리 죽자며 옥상에 올라선 병신은 시도도 하지 못하고, 흑마술에 사로잡힌 탄희(김지원)을 만나게 됩니다.

 

다른 세상에 갈 수 있는 흑마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혹해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시도한 병신은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에 놀라고 맙니다. 농담이라고 생각했던 탄희의 말이 사실로 드러나자 어쩔 줄 몰라 하던 병신은 힘겹게 자신의 집으로 들어섭니다. 하지만 이미 그 공간은 자신이 살던 그곳이 아닌 새로운 공간이었습니다.

 

거대한 몸을 가진 괴물 같은 존재가 어머니라고 합니다. 이 황당한 상황에 놀라 말도 하지 못하는 병신은 탄희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묻기 시작합니다. 탄희는 언니와 친구들이 다른 세상에 다녀온 경험이 있다며 그들의 경험담을 그대로 전하며 바보 같은 교생 병신으로 현실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고경표와 김지원이 호흡을 맞춘 <탈출>은 코믹함 속에 기괴함을 섞어 흥미로운 실험을 펼쳤습니다. 두 편의 이야기가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과 달리, 이 작품은 신기한 상황을 설정해 공포 영화 특유의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하게 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을 벗어난 특별함 속에 신비한 경험을 하게 한 <탈출>은 고경표의 수많은 표정 연기가 주는 재미와 화끈해진 김지원의 연기까지 하나가 되어 한국 공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전체적인 틀 자체는 흥미로웠지만 2% 부족했던 <무서운 이야기2>는 내년 시즌 3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보다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공포 영화가 활성화되어 한국 영화가 보다 발전할 수 있기 위해서는 B급 무비의 정수라고 불리는 다양한 실험들이 효과적으로 표현된 <탈출>과 같은 도전들이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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