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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다른 시선으로 Another View
Film 영화/Film Review 영화 리뷰

은밀하게 위대하게 100만 보다 흥미로웠던 바보를 동경하게 된 김수현

by 조각창 2013.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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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으로 최고 인기를 누렸던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최단기 100만을 동원하며 천만을 바라볼 수 있게 한 이 작품의 재미와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는 다양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웹툰을 읽은 이들이라면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에 실망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가치는 흥미로웠습니다. 남과 북이라는 분단국가의 현실 속에서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바보에 대한 동경은 어쩌면 우리가 품고 있는 가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바보가 되기를 꿈꾸는 최고의 전사, 그들은 왜 바보를 동경했나?

 

 

 

 

웹툰으로 공개되어 큰 사랑을 받았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많은 영화인들이 영화화하기 원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남과 북이라는 분단 국가에서 이념의 문제를 흥미롭게 풀어낸 이 작품은 단순함을 넘어선 깊은 성찰을 담고 있었습니다.

 

 

김수현과 박기웅, 이현우라는 여심을 뒤흔드는 강력한 스타들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타들보다 더욱 흥미롭고 매력적이었던 것은 그 안에 품고 있는 '바보'였습니다. 스스로 바보이기를 원했던 누군가를 생각하게 하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그렇게 은밀했지만 위대한 가치를 남겨주었습니다. 

 

북한의 최고 특수부대 요원인 원류환(김수현)은 특수 임무를 부여받은 남한으로 남파됩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 북한 최고의 특수요원인 원류환은 남한의 산동네 바보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동네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고, 동네바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는 이 황당한 상황마저도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라는 사실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임무 같은 임무가 주어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동네 슈퍼 2층에서 기거하며 일을 도와주는 동구는 그 일에 만족합니다. 매일 2층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동네 아이들에게 맞고 바보라고 놀림을 당해도 그에게는 동네 바보 동구로서 지내야만 합니다. 우편배달부인 서상구(고창석)과 주기적으로 만나는 것만으로도 동구는 만족합니다.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액을 벌고, 고기가 들어간 국을 먹는 동구에게는 남한의 산동네는 그저 천국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비록 영웅 칭호를 받고 있던 원류환이 남한에서는 바보 동구로 살아가는 것이 답답했지만, 아침마다 보는 유란(박은빈)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동네 바보 동구로 살던 그에게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고된 훈련을 해왔던 리해랑(박기웅)이 임무를 부여받고 남파가 되어 같은 동네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기획사에 들어가 아이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바보에 비하면 해랑의 임무는 너무 고급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북한의 남파특수공작 5446부대 오성조 제 3조장 원류환과 다른 조 조장이었던 리해랑, 그리고 원류환에 의해 키워진 리해진. 그들은 하나가 되어 자신들을 제거하려는 김태원(손현주)와 자신들을 살리겠다고 나선 국정원 서수혁(김성균)의 대립 관계도 흥미롭습니다.

 

남과 북의 대립 관계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흥미롭습니다. 오직 살인 기계로 키워진 특수공작원이 남한으로 내려와 바보가 되고 아이돌 도전자가 된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왜 그들은 그런 임무를 맡아야만 했는지 그 의도가 흥미로우니 말입니다.

 

 

김수현과 박기웅, 이현우라는 젊은 배우들과 손현주, 박혜숙, 고창석 등의 중견배우들이 하나가 되어 보여준 호흡은 흥미로웠습니다. 주인공 역을 한 김수현은 쉽지 않은 바보 연기를 멋있게 해냈고, 스스로 영화 주인공으로서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도 새로운 발견이었을 듯합니다.

 

영화는 웹툰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밋밋하게 흘러가기도 했지만, 이야기 자체가 주는 재미를 배우들이 잘 소화해주어 영화만의 재미를 느끼게도 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 액션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했던 과정들이 자세하게 표현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아쉬웠습니다. 동네 바보로서 활동하는 동구와 동네 사람들의 관계를 좀 더 효과적으로 이어주기를 원했지만 부족했습니다.

 

이야기 전체의 주제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동네 바보로서 활동하는 동구의 모습이 달동네 주민들과의 관계를 좀 더 촘촘하게 담아냈다면 마지막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을 듯합니다. 강한 액션이 흥미롭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조금 과한 듯한 액션은 오히려 영화 전체의 균형을 무너트린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원작을 재해석하지 않고 최대한 원작에 충실했다는 점에서 변화가 클 수는 없었습니다. 웹툰 원작 특유의 재미를 살리는 역할은 실제 배우들이 해주었고, 중요했던 것은 그 안에 담고 싶었던 주제의식이었습니다. 왜 최고의 요원인 원류환이 바보로 살아가야만 했는지가 이 여화의 모든 핵심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만들어진 특수부대. 남과 북의 대립과 우호적인 분위기 모두 서로의 권력간 이해관계가 상충하지 않는 선에서 멋대로 이어질 뿐입니다. 공통적인 가치를 통해 분단된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기보다는 오직 자신들의 권력을 위한 행위에만 집착하는 현재의 남과 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긴장관계 속에 유용하게 사용될 특수요원들은 평화 유지를 위해서는 무조건 제거해야만 하는 부속품에 불과했습니다.

 

권력을 위해 국민들을 그저 언제나 바꿔 끼울 수 있는 부속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위정자들의 만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는 사실은 중요합니다. 마지막 순간 주인공인 동구는 왜 바보가 되기를 희망했을까? 죽음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가 왜 대한민국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의 바보가 되기를 원했는지는 중요합니다. 우리 시대 바보의 미학이 주는 가치는 <은밀하게 위대하기>를 통해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진하게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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