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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12 10:16

피에타-야만의 시대를 관통하는 조민수의 복수극 섬뜩한 공감 불러 온다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인 '피에타'는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최고 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조민수의 열연에 표를 던졌지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규정상(황금사자상 수상작은 다른 수상은 불가) 아쉽게 여우주연상을 타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왜 그녀가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는지는 영화를 보면 쉽게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복수와 구원 사이 그 기묘함 속에서 고뇌하는 엄마라 불리던 여인 조민수의 열연은 매력적이었습니다.(이하 스포일러 포함)

야만의 시대, 살아남는 방법을 역설적으로 묘사한 김기덕 감독




1억 5천만 원이라는 제작비로 단기간에 완성한 이 작품은 김기덕이기에 가능한 작품이었습니다. 그가 이전에 만들었던 17편의 작품이 그러하듯 그에게는 풍성하고 안정적인 작업 환경이 아닌 최악의 상황에서 작품을 완성하는 숙명을 타고난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고리 사채업자를 대신해 돈을 받아내는 남자 강도(이정진)과 어느 날 자신 앞에 등장한 엄마라 불리는 여자(조민수)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과 함께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고 있는 이 작품은 잔인하고 슬프며, 답답하기만 합니다. 승자독식 사회에서 가진 자들에게 더욱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으로 인해 소외되는 서민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청계천. 작은 규모의 부품 제작 상가들을 돌며 빌린 고리 사채 이자를 받는 강도는 이름보다 더욱 잔인한 존재입니다. 그곳에서 돈을 빌린 이들에게 그는 저승사자와 별반 다름없는 지독한 존재일 뿐입니다.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 이 남자는 돈을 받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 잔인함 그 자체였습니다. 자신이 평생 일하던 공구에 손이 잘리고, 돈을 받아내기 위해 가건물에서 채무자를 밀어버리는 그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가족을 파괴하고 늙은 어머니 앞에서 아들을 거침없이 폭행하는 그는,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의 바닥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감히 예측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몰아붙이기만 합니다. 그런 강도에게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자신의 낳자마자 버리고 떠나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녀를 거칠게 몰아붙이며 거부하던 강도는 이미 자신의 깊은 곳에 들어와 있는 그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가족을 한 번도 가져본 적도 없던 강도에게 이 낯선 하지만 어머니라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깊이 빠져드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거부하고 싶고 받아들이기 싫었던 존재가 작은 자신 만의 공간에 들어선 그녀는 거침없이 강도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아버렸습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이 따뜻함을 놓치고 싶지 않은 강도는 자신을 어머니라 부르는 이에게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집착은 결국 그가 하던 일도 멈추게 할 정도였습니다. 자신이 누군가를 지키고 사랑해줄 수 있는 대상이 생겼다는 사실에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특별한 감정을 가지게 된 강도는 이 순간이 그저 행복하기만 합니다.

 

갑자기 찾아온 이 행복이 너무나 크고 간절히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어머니가 불안한 강도의 마음. 그런 마음이 극대화된 순간 그녀는 사라지고 맙니다. 그것도 전화를 통한 비명과 함께 말입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자신의 생명보다 더욱 소중한 존재가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강도의 불안은 극대화될 수밖에는 없게 됩니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 자신이 돈을 받기 위해 다리를 망가트린 이가 자신을 뒤쫓아 와서 어머니라 불리는 여자를 칼로 위협하고 불을 지르려했던 사건이 있었기에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행한 수많은 악행들이 결과적으로 업보처럼 자신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어머니라 부르는 여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습니다.

 

그녀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저 인간의 몸을 하고 있지만 그저 악마의 마음을 가진 존재에 불과했으니 말입니다. 아무런 목표도 욕망도 거세당한 채 오직 돈을 받기 위해 타인들을 공격하고 궁지에 몰아넣었던 그가 이제는 역으로 궁지에 몰린 신세가 되는 과정은 아이러니하기만 합니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자신이 억압했던 이들을 찾아다니는 강도. 그 과정에서 자신의 얼굴만 봐도 오줌을 지리는 이들과 무조건 공포에 떠는 이들의 모습에서 그가 어떤 존재인지는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마치 "나 돌아갈래"를 외치던 설경구가 출연했던 <박하사탕>이 떠오르는 것이 낯설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공안 경찰로 유신독재정권에 맞서 투쟁하던 이를 잡아들여 모진 고문을 하던 주인공이 먼 훗날 음식점 화장실에서 조우를 하는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정이 강도가 자신이 억압했던 이들과 마주하는 장면과 명확하게 일치하는 것은 그 억압의 순간, 비인간적인 폭력이 얼마나 인간을 파괴할 수밖에 없는지 잘 드러나기 때문 일 것입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강도에게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잔인하게 파괴해가는 어머니라 불리던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강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접근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고 강도의 어머니라 행세한 그녀는 자신에 대한 집착이 극대화된 순간 스스로 목숨을 끊어 강도가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강제합니다. 

 

자신의 생일에 맞춰 옷을 뜨개질하는 것이라 상상했던 강도는 그녀가 자신이 죽거든 묻어달라는 소나무 밑에 그녀를 묻으며 모든 진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아닌 진짜 아들을 위해 뜨개질을 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허무함을 넘어 자신의 삶을 반성하며 그가 선택한 마지막이 끔찍함을 넘어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김기덕 감독 특유의 잔인한 공감대를 요구하게 합니다.

 

유명 스타 배우의 한 편 몸값도 안 되는 비용으로 완성한 영화 <피에타>는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세계 최고의 영화제 중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수많은 멀티플렉스 중에서 교차 상영이 일상이 되어있고, 어렵게 찾은 극장은 그 중 가장 협소한 공간이라는 사실이 씁쓸하게 다가옵니다. 주말에는 그의 영화를 더욱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과연 황금사자상이 무슨 의미로 다가오는지 고민하게 합니다. 

여전히 그는 자신을 투영하는 배우에게 잔인함을 여과 없이 드러내게 합니다. 그 잔인함에 관객들이 증오심마저 느낄 수 있도록 잔혹해지는 그가 살아왔던 삶이 그토록 잔혹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잔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엄연한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그의 영화는 중요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야만의 시대를 강요하는 이명박 정권.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는 가진 것이 없는 이들끼리 서로를 죽여야만 그나마 살 수 있는 환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스스로 야만인이 되지 않으면 좀처럼 살아남을 수 없다는 당연하지만, 지독한 진리를 <피에타>는 가장 김기덕다운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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