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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다른 시선으로 Another View
NongDam

마이웨이 구하기 나선 감독들이 불편한 이유

by 조각창 2012.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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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감독의 <마이웨이>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내기 시작하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넘쳐나기만 합니다. 일부 관객들의 저평가와 이에 맞서는 고평가 논란 속에 이제는 감독들이 나서 관객들을 가르치려 들고 비난하는 모습은 경악스럽기까지 합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평론가들만의 몫이 아닌 관객들의 몫이다




영화가 세상에 나오면 그것은 이미 감독이나 제작자 혹은 연기자의 손에서 떠나게 됩니다. 완성된 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순간 그 모든 평가는 관객들의 몫 일 뿐입니다. 그런 관객들의 평가가 때로는 박하게 나올 수도 있고 극찬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강제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280억이라는 국내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들여 한중일 최고 배우들을 등장시킨 전쟁영화는 흥행해야만 했습니다. 통상 100억 제작비를 들여 성공한 영화가 드문 한국 영화 시장에서 세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투자가 절실하기에 강제규 감독의 실험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원과 안성기라는 쟁쟁한 배우가 등장했던 <7광구>가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이유는 영화가 재미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100억이 넘는 제작비를 들여 심해 괴물을 다룬다는 설정 자체가 의미 있게 다가왔지만 결과적으로 영화는 할리우드 7, 80년대 괴물 영화 정도도 되지 않는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CG 작업이야 워낙 기술들이 능숙해져 비주얼이라는 측면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의 허점들은 관객들의 혹평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더욱 하지원이 드라마 대성공으로 그 열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개봉된 영화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식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한국 관객들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 졌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저 거대한 자본을 들여 그럴 듯하게 포장한 이미지들의 반복으로는 더 이상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가 바로 <7광구>일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마이웨이> 역시 비슷한 평가의 괘를 가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의 한국을 시작으로 만주, 소련, 독일, 프랑스까지 2차 세계대전 중심으로 따라가는 이야기의 거대함이나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등 한중일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 작품에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1,000만은 기본이어야만 했습니다. 국내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그럴 듯한 전쟁 장면들이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표현한 마지막 장면들은 국내 전쟁 영화 비주얼에서 최고라 부를 수 있었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한국과 일본의 두 젊은이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감동이 이 영화의 핵심이어야만 하는데 많은 관객들은 그 부분에서 감동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시나리오의 맹점이 곧 비주얼을 앞세운 영화에서 다시 한 번 독으로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그럴듯한 대단한 명분과 감동들을 주입시키려 노력하지만 좀처럼 장동건이나 오다기리의 우정에 특별함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관객들이 외면하는 것은 그들이 바라고 기대했던 영화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돈을 주고 시킨 일도 아니고 자신들이 보고 느낀 감정을 표출하는 것까지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일 것입니다. 

상업영화의 경우 입소문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홍보 수단이 되다보니 거대 자본이 들어가고 국내 최고의 극장 체인이자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을 것입니다. <7광구>의 실패에 이어 300억 가까이 들어간 영화가 1,000만은 고사하고 500만도 힘겨워진 상황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그 대상을 평점을 낮게 준 관객들에게 모아지는 것은 한심스러운 작태일 뿐입니다. 

"'마이웨이'는 친일영화로 매도당할 영화가 아니다. 직접 본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는 영화의 가치로서 평가돼야 하는데 일부 네티즌의 맹목적인 까대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 기회조차 받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 다세포 클럽 장원석 대표

"이 영화(마이웨이)에서 재미를 못찾으면 아마 그 사람은 삶에서도 폭 좁게 재미없이 살고 있을거라 나는 추측한다. 음식도 자기가 좋아하는 한 두가지만 편식하며 음식은 그래야한다고 주장하며 살고있을 것으로 나는 추측한다. 영화는 눈물을 흘리게 해줘야하는가? 영화는 웃음을 줘야 하는가? 영화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줘야 하는가? 아니 그 모든 걸 다 줘야 하는가? 영화의 재미란 도대체 무엇인가?. '마이웨이' 노르망디 전투신의 비주얼은 압도적이다. 스토리? 나중에 장동건하고 오다기리 조하고 배다른 형제로 밝혀지면 만족할까?"
                                                                                                              - 이현승 감독

많은 영화감독들이 너나없이 강제규 감독 구출작전에 나선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그중 같은 시기에 개봉한 '퍼펙트 게임'을 제작한 장원석 대표의 말은 철저하게 제작자의 입장에서 자신도 당할 수 있는 맹목적인 비난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맹목적인 비난이나 찬사는 분명하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 노골적이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듯 비난만 하는 경우라면 제작자의 입장에서 답답한 일일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제작자의 입장에서 원론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은 합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푸른소금>으로 최근 관객들과 만났던 이현승 감독의 발언은 노골적으로 관객들을 무시하는 발언들이라 비난을 받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마이웨이'에서 재미를 못 느끼면 삶 자체가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그에게서는 건전한 비판이나 토론이라는 것이 전제되지 않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옹호하는 영화를 위해 옹호하지 않는 모든 이들은 그 사람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평가 절하하고 이야기를 해나간다면, 이는 그 스스로가 비판하고 있는 소수의 맹목적인 비난 자들과 뭐가 다른 것이란 말인가요? 이현승 감독 스스로도 자신이 비난하는 이와 동일한 수준임을 밝힌 채 관객들을 가르치는 듯한 태도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영화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이 들어가는 산업입니다. 감독들의 입장에서는 국내 최대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CJ와 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임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더욱 같은 동정업종 종사자들에 대한 암묵적 보호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의 발언들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런 기사들이 나가자마자 쏟아지는 댓글들의 대부분이 비난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피해 논란만 더욱 부채질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는 점에서 감독들의 강제규 살리기 발언들은 아쉽기만 합니다. 

한국 영화 관객들은 2011년 <도가니>, <완득이> 등에 찬사를 보내며 대박이라는 선물을 주었습니다. 그들 영화들이 대단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물량 공세를 한 영화들도 아니었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인지하고 그 아픔을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통했기 때문입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들이 관객들의 발길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었다는 점에서 일부 감독들이 함부로 폄하할 정도로 우리 관객들이 몰상식하지는 않습니다.

<마이웨이>의 문제는 영화 안에서 찾아야만 할 것입니다. 엄청난 자금을 들여 대단한 배급망을 가진 거대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일부 네티즌들의 맹목적인 비난(비난에 맞먹는 무조건적인 찬사들도 존재)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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