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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다른 시선으로 Another View
Film 영화/Film Review 영화 리뷰

93. 메종 드 히미코メゾン ド ヒミコ 히미코의 집에는 사랑하기가 숨겨져 있다.

by 조각창 2008.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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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알려진 이누도 잇신의 작품이다.



국내에선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영화들이 상영되는 경우들이 드문 것 같기는 한데, 일단 적정선의 관객을 대상으로 마니아적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 이 영화의 성공 비결로 보인다(다들 아시듯이 일본 영화, 애니메이션들이 국내에서 흥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이 영화는 새로운 가능성일 것이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이 영화가 우리 관객들과 긴밀하게 소통 하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소외받는 게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경우는 분명 특별한 일일 것이다.
 
게이바(bar) 히미코의 역사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양로원 히미코에 대한 이야기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유럽 휴양지에서나 볼것 같은 외형을 가진 이 양로원은 기존의 공간과는 무척이나 다르다. 이 곳에 거주하는 이들은 모두 성적 소수자들이다. 그들을 위한 파라다이스가 바로 이곳 메종 드 히미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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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회사에 다니는 사오리(시바사키 코우-달려라 이치로, 배틀로얄, 고,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착신아리, 오렌지 데이, 세중사(극장판))에게 어느날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키시모토(오다기리 조-츄바쿠, 얼굴, 사토라레, 소녀검객 아즈미대혈전, 신선조, 박치기, 피와 뼈, 시노비)는 자신이 사랑하는 히미코를 위해 그(녀)의 딸 사오리를 히미코의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노력한다. 어린 시절 떠나버린 아버지를 대신해 고생하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궁핍하게 생활을 해야만 하는 사오리는 풍속사업 종사자를 생각할 정도로 힘든 상황에서 걸려온 키시모토의 전화가 싫지만 거부하기 힘들다.

일단 돈 때문에 찾아온 히미코의 집은 적응하기 힘들다. 다 늙은 할아버지들이 여인의 복장으로 여인과 같은 행동을 한다. 자신을 버리고 커밍아웃을 해버린 아버지가 무척이나 저주스럽다. 그런 아버지는 그녀를 첫 눈에 알아보지도 못한다.
 
저주스럽기까지 했던 이 공간. 그리고 너무나도 어색하기만 했던 게이들...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며 점점 그들을 이해하는 폭들이 넓어가면서 그녀는 그들이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사회에서 받는 냉대와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지 어렴픗이나마 알 수 있을 듯 하다.
 
히미코를 지원하던 대기업의 사장도 어느 순간 늙고 병든 히미코를 더이상은 지원해 줄 수없다며 새로운 히미코가 되어줄 키시모토를 원한다. 지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키시모토. 안심하던 순간 사장은 횡령으로 구속이 되어버리고 더 이상 '히미코의 집'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사라져 버렸다.
 
항상 어린 소녀와 같은 감성을 지닌 루비. 그녀는 아직 한번도 보지 못한 손녀가 보내온 엽서에 쓰여있는 만화영화의 구호를 외치며 천진난만하게 논다. "피키! 피키! 피키!"

단 한번도 자신이 만든 드레스를 입어 보지 못할거라는 야마자키. 그리고 버니걸 옷을 입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오리. 그렇게 그들은 친해진다. 어느날 야마자키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사오리. 그녀들 앞에는 이젠 입지 않을 정장을 입고 등장한 그들의 친구들과 함께 클럽엘 간다. 그리고 여자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쳐보는게 평생 소원이었다는 야마자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는 좀 더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영화속에서 보여지는 그들은 무척이나 순수하다. 순수하지 못했던 사장은 구속되어지는 것을 보면 감독의 의도를 옅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중심은 '히미코의 집'이다. 이 공간과 공간에 얽힌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메종 드 히미코>이다.
 
게이이면서도 사오리를 사랑하는 키시모토.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과 이미 게이의 몸을 가진 그들의 육체적인 사랑이 가능하지 못하는 현실은 비극일 수있다. 그렇게 그 공간을 떠난 사오리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전무에게 첫 경험을 던져버리고 키시모토와 <메종 드 히미코>를 생각하며 운다.
 
영화는 화면마다 아름다운 풍광들을 담아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흔적들이 잔뜩 묻어난다. <조제, 호랑이...>를 보시고 이 영화를 보신분들이라면 더욱 환호를 했을 법도 하다. 이 감독의 성향이나 색채를 이미 몸에 익히고 보았기 때문에 말이다.

<메종 드 히미코>는 남녀간 사랑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그리고 그러려고 하지도 않는다. 사랑이란게 남녀간의 육체 관계로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영화속에서 사오리와 키시모토를 통해서 잘 보여주고 있다. '히미코의 집'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랑은 남녀간의 육체적 사랑이 아닌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자신의 성 정체성 때문에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떠나버린 아버지를 저주하는 사오리. 그녀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애증을 '히미코의 집'을 찾음으로서,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순수한 소녀만 같은 루비가 어느날 뇌졸증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며 이 게이의 천국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이제 늙어버린 그들에게 언제 자신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힘들어 한다. 루비의 아들은 자신이 게이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고뇌끝에 루비를 일반 할아버지처럼 꾸며 아들에게 돌려보내기로 결정한다. 그들이 선택할 수있는 마지막 선태이자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기도 했다.
 
'히미코의 집'에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진 사오리는 이성에 대한 사랑만이 아닌 사회에서 소외도어져 있던 성정체성이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좀 더 세상을 사랑할 수있는 힘도 얻게 된다. 그렇게 그 사랑의 공간인 <메종 드 히미코>는 여전히 서로를 인정하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필리핀에서 실재 있었던 게이 실버센터를 극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전엔 게이의 일생을 다룬 오오시마 유미코의 <넝쿨 장미>를 원작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 너무 큰 분량으로 제작비 감당이 힘들거란 판단으로 묻어버렸었다고 한다. 2000년부터 시작된 <메종 드 히미코>는 7고까지 간 시나리오를 잠시 접고 <조제, 호랑이...>부터 개봉을 하고 어렵게 개봉이 되었다.
 
어렵게 개봉된 이 영화의 성공요소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오다기리와 시바사키의 출연일 것이다. 일본 최고의 배우들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자신들의 영역을 확실하게 다져가고 있는 이 두배우들은 외모에서 풍기는 것에서부터 그들이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들은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해주었다. 시바사키는 개인적인 기대이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아니 아시아권의 스타로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메종 드 히미코>는 게이 영화만은 아니다. 아니 게이 영화라기 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어울려 살아도 좋은 그들. 바로 그들이 게이들이다. 꼭 게이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주 노동자일 수도 있고 혼혈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이들을 이해하고 그 자체를 사랑할 수있는 마음. 그것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조금은 산만한 되돌아 보기였지만 5월엔 DVD로 정식 출시가 된다고 하니 기억이 흐릿해지는 분들이나 아직 보지 못했던 분들이라면 한번 보셔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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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블로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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