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9 13:06

1.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와이 슌지에게 러브레터만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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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월드의 영화.



 
일면 동조할 수도 일면 거부할 수밖에 없는 그런 다양한 시각이 가능한 영화라고 생각된다.
젊은날의 초상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무겁고 그렇다고 별나라 이야기라고 하기엔 너무 맞닿아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그래도 이와이하면 [러브레터]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아니 국내 뿐만이 아니라 이와이 슌지를 아는 곳이라면 그의 영화는 [러브레터]로만 기억되어지고 그러길 바랄 것이다.
꿈결같은 사랑에 대한 추억과 새로운 시작을 담아낸 그 영화는 한동안 많은 이들에겐 신드롬으로 자리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던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것은 그의 다양한 형태의 중장편 영화들을 바라보면 그의 세계가 좀 더 자세하게 보여질 것이다. 그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이 한편으로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좁아 보이는게 사실이니깐.
 
영화는 한시도 멈춰져있지 않는다. 카메라는 하늘을 떠다니는 연과도 같이 유유히 등장인물들을 유영하며 보여준다.
 
또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표현은 문자이다. "릴리 슈슈"를 좋아하는 팬클럽을 통해 그들의 생각들이 전해지고 그들은 엮여있다. 그렇게 그들은 화면속에 또 다른 문자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다보면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문자와 간헐적인 끊김. 그리고 흔들리는 카메라등이 영화를 보는데 힘들게 만든다. 아니 이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게 만드는 장애물로 쓰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순간도 그 등장인물에 몰입할 수없는....그저 제 3자로서 머물러야만 하는게 이 영화를 보는 방식이자 규칙일지도 모른다.
 
14세 어린 소년, 소녀들의 삶. 그들의 어깨를 짖누르는 무게는 그 어느 나이때보다도 더 무거워 보인다. 그들의 고민들, 그들의 관계들...그 모든것들이 그저 그렇게 무겁기만 할 뿐이다. 과연 그들은 그 지점에서 무엇을 할 수있고 하려 하는지...그리고 주변에서 무엇을 해줄 수있는 것인지.. 아무런 답도 없다. 그들의 주변은 없다. 그저 그들만이 존재해 있을 뿐이다.
 
초등학교 시절 왕따를 당했던 호시노는 중학교에 들어와 주인공인 하스미와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조용하고 말이 별로 없고, 초등학교 시절 학생회장이였다는 그. 그의 집에서 하늘의 별을 관찰하며 '릴리 슈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그들은 변하기 시작한다. 여름방학을 보낸 그들의 삶은 피폐해져 더이상 갈 수없는 막다른 곳까지 나아가 있다.

왕따를 당해왔었던 호시노는 반의 우두머리를 제압하며 새로운 악의 화신으로 변한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악의 화신으로 변해버린 호시노. 가장 친했던 하스미마저 호시노에 의해 절망속에 빠져 버리고 그가 짝사랑한 쿠노 마저도 눈물속에 보내야 하는 상황들...
 
그들의 끈은 공교롭게도 그들이 모두 좋아하는 "릴리 슈슈"의 첫 번째 콘서트에서 막을 내리게 된다.

강간과 원조교재, 그리고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 그 중심에 그들이 놓여져 있다. 누가 이야기 하지 않고 가르치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미 사회속의 악들 안에 들어가 있다. 쉽게 빠져 나올 수없는 늪에 빠진채 서서히 목까지 차오르는 죽음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들은 모두 "릴리 슈슈"의 팬 클럽에서 만나 교우한다. 현실의 세계에선 권력의 관계속에서 착취하고 착취당하던 그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릴리 슈슈"의 공간안에서는 너무나 가까운 친구들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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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의 감각이 돋보이던 작품

 
이 영화를 보면서도 그랬고 이미 본 지금도 무척이나 찝찝하다. 아마도 이 표현이 가장 잘 맞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우리의 현실도 극단적인 모습들로 보자면 이보다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시절에도 이에 못지 않는 권력의 존재,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들이 난무했으니 말이다. 난 아마도 이 영화를 보며 나도 겪어 왔던 그 시절이 떠올랐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아무리 도망치려 해도 도망칠 수없었던...그래서 그렇게 그 상황에 순응하고 살아야만 했었던 내 어린 시절이 갑자기 이 영화를 통해 떠오른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폭력에 당당히 맞서는 이와 그렇지 못해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그. 그리고 마지막 선택을 하게되는 그녀를 보며 가능한...가능할 수있었던 많은 형태의 그 시절 나를 바라보게 된다.
 
이와이 슌지가 내어 놓은 8편의 장단편 영화들을 보면 그 영화들 속에 그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희미하게 나마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해본곤 한다. 실헙적인 측면에 치우쳐 기교는 보여도 내용이 없는 영화들도 분명히 있지만 그 기교속에 그의 고민이 숨겨져 있는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이 영화는 이와이의 기교가 잘 보이는 영화라 생각된다. 그는 빛을 좋아한다. 조명을 어떤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색이 확연하게 바뀔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감독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그는 영화 동아리에서 고작(?) 기울였던것은 조명 밖에는 없었다고 하니 그가 빛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빛은 두 가지로 쓰인다. 어두운 장면에선 하나의 조명으로 투박하게 보여지며 낮 장면의 경우엔 자연빛을 고수하고 있다. 어느 부분에선 그 자연의 빛이 바라봄을 거스르게 하기도 하지만 거칠고 투박하지만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있어 좋았다.
 
이 영화속 등장인물들 중 두 여배우가 눈에 들어온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에서 아게하로 출연했던 이토 아유미와 작년에 개봉되어 인기를 얻었던 [하나와 엘리스]에 출연했던 아오이 유우가 그들이다. 그들만의 독특함이 이 영화에서도 잘 묻어나와 있어 보인다. 주인공인 이치하라 하야토(올해 제작된 드라마 '너무 귀여워'의 성숙한 이미지....너무 다른 모습이다) 역시 주목해야 할 일본 배우가 아닐까 한다.
 
다 정리해 내놓지 못하고 묻어 두었던 내용들...보면 알 수 있을 것이고.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이와이가 던져 놓은 영화적 형식과 사회적 담어들은 이 영화를 보며 많이 생각하게 만들어 줬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것들의 관계들을 어떻게 엮어 얼게를 만들어 낼 수있는가....? 아마도 이게 감독의 역량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젊은 시절의 폭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여린 감성...그리고 어쩔 수없는 삶의 아이러니와 힘겨움...그 삶의 여정 어느 지점에 놓여져 있는 우리들 기억의 한 파편이다.



* 2005년 블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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